[오마주]경찰 시트콤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다루는 법 ‘브루클린 나인나인’

[ad_1]




이미지 크게 보기

<브루클린 나인나인>의 주인공들이자 뉴욕 99관할서의 형사들. 서로를 응원할 때 주로 “나인 나인”을 외친다. 왼쪽부터 로사 디아즈(스테파니 베아트리즈), 테리 제퍼즈(테리 크루즈), 에이미 산티아고(멜리사 푸메로), 찰스 보일(조 로 트리글리오). 넷플릭스 제공.




이미지 크게 보기

문화부 기자라서 흔히 듣는 질문들이 있습니다. “이 영화 재밌어?” “연예인 만나 봤어? 누가 제일 잘생겼어?” 등이에요. 이 질문들에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답하지만 “요즘 OTT 뭐가 재밌어?”에 답하는 데는 고민이 필요합니다. 저는 ‘요즘 OTT’보다 ‘옛날 OTT’를 더 많이 보는 편이거든요. ‘오마주’ 코너를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탐색하다가도 정작 제가 쉴 때 주야장천 보는 건 조금 철 지난 미국 시트콤이었어요. 전 시즌을 열 번 넘게 본, 제 ‘최애’를 소개합니다. FOX와 NBC에서 방영된 <브루클린 나인나인(브나나)>이에요. 넷플릭스에서 전 시즌을 볼 수 있습니다.

뉴욕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99관할서에서 근무하는 형사들입니다. 잘 짜인 추리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없습니다. 주인공들은 가끔 별난 방식으로 사건을 수사하고, 주로 서로 싸웁니다. 제이크(앤디 샘버그)가 그 중심에 있는데요. 제이크는 범인은 잘 잡지만 ‘자아 성장’을 이루지 못했다는 설정입니다.

제이크가 범죄를 다루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영상을 아래 첨부합니다. <브나나>를 몰라도 어쩌면 아래 영상을 한 번쯤 보셨을 수도 있겠습니다. 살인사건이 벌어졌고, 현장에 있던 여성은 범인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고 진술합니다. 백 스트리트 보이즈의 ‘아이 원트 잇 댓 웨이(I would like it that means)’인데요, 제이크의 지시로 용의자들은 <히든 싱어>처럼 돌아가며 노래를 부릅니다. 용의자들의 합창에 심취한 제이크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잔혹한 살해범을 상대하고 있다는 걸 잊어버립니다. 결국은 범인을 잡아내지만요.

<브루클린 나인나인> 시즌5 17화 오프닝.

자막이 필요하면 https://youtu.be/RTCl7Q7NZWg를 참고하세요.

제이크를 비롯해 개성 강한 형사들이 가득합니다. 최연소 서장이 되고 싶은 에이미(멜리사 푸메로)는 권위에 약하고 서류에 집착합니다. 제이크의 절친인 찰스 보일(조 로 트루글리오)은 운동신경이 좋지 않고 자존심이 없고요. 로사(스테파니 베아트리즈)는 비밀이 많고 폭력적입니다. 반장인 테리(테리 크루즈)는 겉보기엔 무적일 것 같지만 쌍둥이 딸을 낳은 뒤로는 현장에 나가는 걸 두려워합니다. 이들이 근무하는 99관할서에 뻣뻣한 새 서장 레이먼드 홀트(안드레 브라우어)가 부임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됩니다. 서장 비서인 지나(첼시 페네티)가 동료들에게 묻습니다. “새 서장님 좀 게이 느낌 있지 않아?”

실제로 레이먼드는 커밍아웃한 게이입니다. 1990년대 일찍이 커밍아웃한 그는 조직에 의해 내내 핍박받았습니다. 그를 찬밥 취급하던 조직은 시대가 바뀌자 갑자기 고위직에 동성애자 경찰이 있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고 결국 그를 서장으로 발령냅니다. 뉴욕 첫 흑인 (커밍아웃한) 동성애자 서장이 된 레이먼드는 평생 꿈꿔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. 담당 서를 최고의 경찰서로 만들고 싶은 그에게 99관할서는 엉망진창으로 보일 뿐입니다. 그리고 그 한가운데, 매사 장난인 제이크가 있죠. 그는 제이크부터 기강을 잡기 시작합니다. 하지만 99관할서가 ‘레이먼드화’ 될지, 레이먼드가 ‘99화’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.

서장 레이먼드 홀트(안드레 브라우어)와 제이크 페랄타(앤디 샘버그)는 결국 절친한 사이가 된다. 넷플릭스 제공.

여느 시트콤과 마찬가지로 <브나나>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부합니다. 시즌이 진행되면서 종종 배우가 교체되는 드라마들과 달리, 시즌8까지 주인공들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입니다. 덕분에 의외의 과거와 진득한 고민들을 가진 주인공들과 퍽 정이 듭니다.

2013년 처음 방영된 만큼 슬랩스틱 등으로 웃기려는 첫 시즌의 유머 코드는 2020년대 시청자의 시선에서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합니다. 불편한 웃음은 점차 없어집니다. 풍자의 화살이 사회와 조직을 향하는 만큼 더 시원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. 드라마는 경찰이 행하는 인종차별, 만연한 권력형 성폭력 등에 대항합니다. 그와 함께 친구, 연인이나 가족으로서 삶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들, 그 안에서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딜레마도 세심하게 짚어냅니다. 주인공들의 다양성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발판이 됩니다. 주인공 일곱 명 중 두 명은 흑인, 두 명은 히스패닉입니다. 세 명은 여성, 두 명은 성소수자고요.

2020년 드라마는 거대한 사건을 마주합니다.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합니다.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인종차별적 행태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졌습니다. 귀엽고 무해한 경찰들을 주인공으로 한 <브나나>도 경찰을 미화하는 ‘코파간다’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. 코파간다는 경찰(cop)과 선전(propaganda)의 합성어입니다.

미 경찰의 문제를 영리하게 지적해 온 <브나나>지만 결국 시즌8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기로 결정했습니다. 방영 예정이던 시즌8의 에피소드는 전부 폐기하고 당시 경찰을 둘러싼 논의의 지형을 반영해 각본을 새로 쓰기로 했죠. 테리 반장을 연기한 테리 크루즈는 당시 NBC 연예 프로그램인 <액세스 할리우드>에 출연해 “우리는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와 그에 따른 의식의 변화를 이야기했다”고 “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과 같다”며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. 그렇게 쓰인 시즌8 첫 화, 형사 중 한 명은 서를 떠납니다. “내 직장동료들이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이들에게 벌이는 짓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”며 말이죠.

드라마는 급작스러운 작별에도 최선을 다합니다. 그동안 열정적으로 서로 속고 속이고, 다투고 화해하며 지나친 장소들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뜨겁게 이별합니다. 이 드라마를 아쉽지만 개운하게 보내줄 수 있는 것은, 이 시리즈가 논란을 요리조리 피하지 않고 자신들이 내린 정답을 뚝심있게 시청자에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요.

<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(SNL)> <더 오피스> <굿플레이스> 등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 마이클 슈어가 연출했습니다. 8개 시즌으로 종영했으며, 매 시즌은 21분 내외의 에피소드 10~23개로 이뤄져 있습니다.

‘사두용미’ 지수 ★★★★★ 시작은 ‘피식’에 불과했으나 끝은 ‘함박웃음’이리라

‘밥 친구’ 지수 ★★★★★ 회당 21분 내외, 밥 먹으며 보기 좋다

99관할서에는 유대인, 흑인,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형사가 근무한다. 사진은 히스패닉계 형사인 로사(스테파니 베아트리즈)와 에이미(멜리사 푸메로). 베아트리즈는 원래 에이미 역에 지원했고, 푸메로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‘히스패닉 여성’이 두 명이나 출연할리 없다고 생각해 슬퍼했다고 한다. 그러나 제작진은 베아트리즈를 로사 역으로 섭외했다. 넷플릭스 제공.

[ad_2]

Supply hyperlink

댓글 달기

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필드는 *로 표시됩니다